해남은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고장으로, 풍부한 자연과 깊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고산 윤선도의 흔적을 따라 문화와 역사를 짚어보는 녹우당,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두륜산 장춘숲길, 대한민국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점인 땅끝마을까지 아름다운 남도의 보물, 해남으로 떠나봅니다.
해남을 대표하는 고산 윤선도 유적지
호남 지방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자리 잡은 해남을 여행하며, 당신은 조선 시대의 뛰어난 문인이자 정치인이었던 고산 윤선도(1587-1671)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됩니다. 고산 윤선도는 조선조의 문신이요 정치가이자 시조의 대가로 손꼽힙니다.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시대 삼대 가인으로 일컬어집니다. 윤선도는 그의 시와 문학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특히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 '어부사시사'는 사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선비들이 한시를 지을 때 고산은 섬세하고 미려한 우리말 시조를 지어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고산 윤선도는 문학뿐 아니라 철학, 천문, 지리, 의약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었으며 직접 거문고를 연주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성품이 강직하고 시비를 가림에 타협이 없어 자주 유배를 당했습니다. 한평생 유배와 은둔을 거듭한 그는 현실 정치를 애써 외면하며 자연을 벗 삼는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녹우당을 거닐다보면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산 윤선도가 기거하던 사랑채를 녹우당이라고 부르고, 녹우당을 포함한 해남 윤 씨 종택을 녹우단이라 부릅니다. 녹우단은 덕음산을 배산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고 명당자리 중에 하나로, 호남지방에서 가장 연대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민가입니다. 사랑채인 녹우당은 고산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봉림대군이 효종으로 즉위한 후 고산에게 하사한 집입니다. 효종이 승하하고 조신들의 모함으로 낙향하게 된 고산은 수원에 있던 사랑채를 뱃길로 해남까지 옮겨와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녹우당’이라는 당호는 고산의 증손자인 윤두서와 절친했던 옥동 이서가 지었습니다. 사랑채에 걸린 현판 역시 옥동 이서의 작품입니다. 초록색 비를 뜻하는 ‘녹우’라는 이름이 무척이나 낭만적입니다. 녹우당 앞에는 500년을 살아낸 나이 지긋한 은행나무가 서있습니다. 높이가 20미터나 되고 둘레가 5미터에 달하는 나무입니다. 이 은행나무야말로 해남 윤 씨 종가댁의 역사를 조용히 지켜본 산 증인입니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은 해남 윤씨의 후손이 남긴 5천여 점의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유물전시관 건물은 녹우당 고택의 지세를 고려해 전통한옥으로 지어져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곳엔 고산 윤선도의 육필은 물론, 보물급 고문서와 서책이 가득합니다. 윤선도가 사용했던 거문고도 복원해 보관 중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인 공재 윤두서의 시서화와 화첩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뛰어난 묘사가 돋보이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동양인의 자화상 중 최고로 꼽힙니다. 한편 윤두서가 직접 그린 별자리 그림, 동국여지지도와 일본여도, 윤두서가 읽던 기하책, 천문책 등은 실학자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해남 윤 씨 일가의 인물들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해남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는 한국의 문학과 역사, 그리고 자연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선사합니다.
해남의 명품 숲길 두륜산 장춘숲길
두륜산의 장춘숲길은 대흥사 매표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대흥사 일주문까지 약 4km에 이르는 산책로는 예로부터 ‘구곡장춘’이라고 했습니다. 굽이굽이 아홉 굽이 숲길이라 ‘구곡’, 봄길이 길고도 좋아 ‘장춘’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장춘숲길에서는 봄이면 붉은 동백이 점점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금강골에서 흘러내린 청량한 계곡물이 시원합니다. 가을이면 꽃보다 화사한 단풍이 계곡물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얼어붙어 눈부신 계곡 위로 흰 눈이 소복합니다. 숲길엔 쭉 뻗은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동백나무가 즐비합니다. 여름이면 물가에 돗자리를 편 가족들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물놀이를 즐깁니다. 이 숲길은 역사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 조성된 길이기에, 곳곳에 그의 시와 글귀가 새겨진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읽으며 옛 선비의 정신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산책로는 흙길에서 나무데크가 깔린 길로 이어집니다. 30여 분을 걸으니 빽빽한 삼나무 군락이 듬성듬성해지면서 산책로가 끝나고 너른 주차장이 나옵니다. 주차장에서 매점 앞쪽으로 가면 대흥사로 가는 길이고, 뒤쪽으로 가면 천년숲길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길도 경치가 좋습니다. 다원을 하나 지나면 커다란 한옥이 나타나는데 대흥사를 찾는 손님을 위한 숙소인 ‘유선관’입니다. 영화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 촬영지인 이곳은 푸짐한 한정식으로도 유명합니다. 해남의 대표적인 사찰인 대흥사는 1500여 년 동안 중흥한 역사 깊은 절입니다. 예전에는 대둔사로 불렸지만 절이 크게 흥했다 하여 지금은 대흥사라는 이름을 씁니다. 장춘숲길이 끝나갈 무렵 부처의 세계로 진입하는 피안교를 건너 일주문을 지나면 국내 최고의 부도전을 만납니다. 임진왜란 이후에 대흥사를 중흥시킨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나지막한 담장 안에 다양한 모습을 갖춘 부도와 탑비가 모두 80여 개나 됩니다. 부도의 규모만으로도 대흥사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장춘숲길을 걸으며 대흥사까지 둘러보아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고 장춘숲을 내려다 보아도 좋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두륜산의 정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계절별로 철쭉과 단풍, 동백나무가 운치를 더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깊은 골짜기 아래로 호수와 마을의 모습이 올망졸망하게 펼쳐집니다. 두륜산 고계봉 옆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계단을 이용해 걸어 올라가는 동안 계단 양쪽의 백소사나무 군락이 보입니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 옥상에 올라가면 두륜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해남의 아기자기한 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영암의 월출산과 광주의 무등산까지 이어지는 멋진 풍경 끝에 다도해를 볼 수 있습니다. 두륜산 장춘숲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걷는 이의 마음을 치유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한반도의 끄트머리 땅끝마을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땅끝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그 끝에 우뚝 솟은 땅끝전망대입니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는 것입니다. 케이블카를 선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으며, 올라가는 동안 땅끝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반면 산책로를 선택하면 약 20분 정도 소요되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주변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길에는 다양한 해안 식물들과 바위 절벽이 어우러져 있어, 걷는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땅끝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바다 풍경에 압도될 것입니다. 맑은 날에는 지평선 너머로 제주도의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전망대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어, 동쪽으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이, 서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입니다. 특히 일몰 때 이곳을 찾으면,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전망대 주변에는 '땅끝 조각공원'이 있어, 다양한 현대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땅끝 석탑'과 '신라 말 삼층석탑'등 역사적 유물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땅끝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당신이 대한민국의 가장 남쪽 끝에 섰다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땅끝마을에서는 전망대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땅끝탑'과 '송호해변'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땅끝조가비박물관'에서 다양한 조개류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근의 '두륜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더 넓은 지역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땅끝마을 여행을 마무리할 때쯤, 당신은 이곳이 단순히 지리적인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당신의 여정 역시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