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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엠립 앙코르 유적지에서 일출을 보기 좋은 3곳의 사원

by thisisthe1 2024. 10. 4.

새벽의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이 떠오르면 앙코르 왕국의 사원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천 년 전에는 황금빛으로 반짝였을 사원들이 햇살을 받아 천천히 깨어납니다. 앙코르 유적군은 앙코르 왕조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9세기에서 13세기에 지어진 방대한 크메르의 사원들을 통칭합니다. 캄보디아의 씨엠립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앙코르 유적군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신비로운 경험이 여행자들을 기다립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은 워낙 유명해서 맑은 날이면 아침마다 일출을 보려는 여행자들이 줄을 섭니다. 색다른 일출을 만나고 싶다면 앙코르 벌룬을 타거나, 스리 스랑에 나가 일출을 보아도 좋겠습니다.

 

 

앙코르와트를 깨우는 일출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상징이자 앙코르 문명의 꽃입니다. 세계 최대의 종교 건축물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입니다. 해자를 건너 성벽을 지나 참배로에 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앙코르와트가 신비로운 조각을 품고 완벽한 대칭과 균형 감각을 뽐내며 우뚝 서 있습니다. 누구라도 앙코르와트를 처음 만나면 감동이 벅차오를 겁니다.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 2세 시절, 하루에 2만 명 이상의 인원으로 최소 30년 이상 지었으리라 추정됩니다. 이 정도 규모의 건축물을 아무런 접착제도 없이 돌로만 쌓아 올려 40년 만에 지어낸 고대 크메르인들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의 건축 기술로도 이런 건물을 40년 만에 짓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앙코르와트의 전체 면적에서 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합니다. 앙코르와트는 가로 1.5km, 세로 1.3km의 크기로 하나의 도시에 가깝습니다. 성벽을 감싼 해자는 폭이 200m이며, 씨엠립 강에서 물을 끌어들였습니다. 해자는 신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을 구분 짓는 경계이자 우주를 감싸는 바다를 의미하고, 앙코르와트의 회랑은 메루 산을 감싸는 산맥, 중앙에 우뚝 솟은 중앙 성소탑은 메루 산을 상징합니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의 우주를 지상에 재현해 낸 건축물입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감상하는 일은 한겨울의 바다에서 떠오르는 새빨갛고 동그란 해를 감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서향 사원인 앙코르와트의 등 뒤에서 해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깜깜한 새벽에 앙코르와트에 도착하면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가로등도 없어서 별들이 초롱초롱 저마다의 존재를 뽐내는 시간입니다. 낭만적인 사람이라면 별이 그득한 밤하늘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새벽부터 부지런을 떤 보람을 느낄 만합니다. 반질반질한 돌 위를 타박타박 걸으며, 앞뒤로 다른 여행자들의 발소리를 벗 삼아 해자를 건너 앙코르와트로 들어갑니다. 앙코르와트의 건물 앞에 위치한 연못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새벽부터 커피를 파는 호객꾼, 그림을 늘어놓은 장사꾼, 스카프를 파는 현지인들이 일출을 보러 온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앙코르와트를 바라보고 왼쪽의 연못으로 내려간 후, 연못 왼쪽 가장자리가 일출을 보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입니다. 5개의 탑이 모두 보이는 자리여서 자리다툼이 엄청 치열합니다. 일 년에 2번 앙코르와트의 중앙탑 위로 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때는 참배로에서 해가 촛불처럼 떠오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는 일은 태양 그 자체가 아니라 시시각각 미세하게 변화하는 하늘의 색조, 황금빛 햇살을 등에 진 앙코르와트의 실루엣, 물에 비친 앙코르와트의 쌍둥이 그림자를 만나는 일입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며 수백 가지 태양빛의 스펙트럼을 감상해 봅니다. 황홀한 보랏빛의 하늘이 열리고 태양이 떠오르면 장엄한 앙코르와트의 풍경에 감동하게 될 것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일출을 보러 온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앙코르 벌룬을 타고 만나는 태양

높은 곳에 올라서 앙코르와트 유적지의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열기구에 도전해 봅니다. 둥실둥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며 앙코르와트의 장관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특히 찬란한 해가 유적지에 떠오르는 아침이나 붉은 석양이 평원을 곱게 물들이는 저녁에 열기구를 타면 평화롭고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엠립에서 탈 수 있는 열기구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자리에 고정되어 아래 위로만 움직이는 고정식 벌룬이고, 하나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착륙하는 이동식 열기구입니다. 앙코르와트의 서쪽에는 땅에 고정된 벌룬이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하늘에서 볼 수 있어서 일출 시간에는 예약이 꽉 찰 만큼 인기 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벌룬을 띄우지 않으므로 열기구를 타고 싶다면 날씨를 미리 체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열기구를 타고 바라보는 앙코르와트는 일출 시간에도, 일몰 시간에도 아름답습니다. 저녁 무렵 어스름하게 해가 질 무렵에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석양을 바라봅니다. 하늘을 둥실둥실 날아가는 열기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높은 곳에서 앙코르와트가 조금씩 붉게 물드는 모습을 내려다보면 마음도 붉게 물들어 갑니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면 더욱 만족스러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열기구 투어가 비싼 편은 아니어서 한 번쯤 타보길 권합니다. 20달러만 투자하면 벌룬을 타고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여행지에서 열기구를 타본 경험이 있다면 가격 대비 만족도는 고정형 벌룬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앙코르와트 유적지의 상공에는 비행이 금지되어 있어서 헬기 투어, 경비행기 투어, 열기구 투어 모두 유적에서 멀리 떨어져서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날씨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지만, 다른 도시에서 타는 열기구보다는 훨씬 저렴한 비용에 열기구 전망대에서 일출을 즐길 수 있으니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스라 스랑의 일출

반띠에이 끄데이의 동쪽 문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커다란 저수지가 펼쳐집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저수지인 스라 스랑의 용도는 바로 왕의 목욕탕입니다. 당시 크메르의 왕은 신성한 존재였으므로 사람들은 왕이 목욕을 하고 나온 물에 몸을 씻으면 건강해지고 복을 받는다고 믿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와 스라 스랑에서 목욕을 시킵니다. 스라 스랑에서는 언제든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속에 뛰어들어 첨벙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라 스랑은 라젠드라바르만 2세 때 지어졌고, 자야바르만 7세가 개축했습니다. 현재는 동서의 길이가 700m, 남북의 길이가 350m로, 동 바라이와 달리 여전히 물이 찰랑거립니다. 스라 스랑의 바닥에서도 다른 바라이들처럼 한가운데에 인공적인 섬을 만들고 사원을 지었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스라 스랑의 북서쪽 코너에서는 유골함들과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근처의 프레 룹 사원에서 화장한 유골들을 이곳에 묻은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스라 스랑은 근사한 일출로도 유명합니다. 앙코르와트의 일출만은 못하지만 햇살이 부서지고 반사되는 물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거대한 유적지 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일출도 근사하지만, 스라 스랑의 저수지 가까이 잔디밭에 앉아서 새벽의 어스름한 물안개를 즐기는 기분도 괜찮습니다. 해가 뜬 후에도 잔디밭에 앉아 유적지의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스라 스랑 주변에는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 입맛에 맞게 평준화된 레스토랑들의 가격대는 시내보다 약간 높은 편입니다. 스라 스랑에서는 시내까지 왕복 2시간 남짓 걸리므로 일출을 본 후 유적을 돌아볼 생각이라면 이 근처에서 식사하고 이동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스라 스랑의 저수지에 비추어 반짝이는 윤슬과 일출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