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속초 여행 아바이마을, 칠성조선소, 영금정

by thisisthe1 2024. 9. 18.

속초에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알고 여행하면 더욱 좋은 곳들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마을로 발전하게 된 아바이 마을이라던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만들던 배목수들의 자취인 칠성조선소, 더 이상 거문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속초항 근처의 영금정을 찾아가 속초가 품고 있는 역사를 만나는 여행을 해봅니다.

 

 

아바이 마을과 아바이 순대

속초의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1950-1953) 직후 북쪽에서 피난 온 함경도 출신의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되었습니다. 이들은 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임시 거처로 바다와 가까운 모래땅이었던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아바이’는 함경도 방언으로 ‘아버지’를 뜻하며, 마을 이름은 이 실향민들의 삶과 고향을 잃은 슬픔이 담긴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오늘날 아바이마을은 속초의 중요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으며, 독특한 해안 풍경과 역사적 배경 덕분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습니다. 아바이마을을 여행하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는 ‘갯배’를 타는 것입니다. 갯배는 속초 시내와 아바이마을을 연결하는 작은 배로, 손으로 직접 줄을 당겨 이동하는 전통 방식의 교통수단입니다. 시내에서 아바이마을로 들어갈 때 갯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5분 정도 걸리지만, 갯배를 타지 않고 차를 타고 아바이 마을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빙 둘러 가기 때문에 15분 정도 걸립니다. 여행자들은 시내 쪽에서 갯배를 타고 마을 주민들의 무동력선을 체험하며 아바이마을로 들어섭니다. 아바이마을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먼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사진, 작은 박물관을 통해 근현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해서 이를 기념하는 포토존과 당시의 촬영장소도 남아 있습니다. 마을의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아바이순대가 있는데, 돼지의 내장에 찹쌀과 채소, 당면을 넣어 만든 순대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여기에 명태회국수, 오징어순대 등도 놓칠 수 없는 별미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의 역사가 깃든 아바이마을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마을의 감성, 아바이 순대 같은 먹거리를 즐기며 속초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배목수들의 자취 칠성조선소

속초의 칠성조선소는 1952년 한국전쟁 직후 함경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속초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함경도 지역의 배 제작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이 속초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소가 생겨났고,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칠성조선소였습니다. 칠성조선소는 어업이 주요 산업이던 속초에서 배목수들의 중요한 일터였으며,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어민들의 배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의 배목수들은 뛰어난 목재 가공 기술과 전통적인 방법으로 배를 만들어, 속초의 어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칠성조선소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로, 이 시기에는 속초의 어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조선소도 활기를 띠었습니다. 당시 조선소에는 수십 명의 배목수들이 일하며 다양한 크기의 목선을 제작했고, 이들은 밤낮없이 배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특히 목선 제작은 장시간의 경험과 세심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으로, 칠성조선소에서 제작된 배들은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아 동해안 일대에서 그 명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어업의 쇠퇴와 더불어 철제 선박이 보급되면서 칠성조선소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칠성조선소는 오랜 기간 동안 운영이 중단되었지만, 속초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변화했습니다. 2018년, 칠성조선소는 '칠성조선소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재생의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속초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주도해 조선소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지역 사회와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현재 칠성조선소는 과거 배목수들의 작업 현장을 보존하면서 예술 전시,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칠성조선소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속초의 배 제작 역사와 전통 배목수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소 내부에는 당시 배를 제작하던 도구와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속초의 역사와 어업 문화에 대한 전시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속초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는 종종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와 공연이 열리기도 하며, 여행자들은 이를 통해 속초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칠성조선소의 카페는 통유리로 마감해 내부에서 청초호가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배목수들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향긋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옛 조선소의 자취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문화공간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거문고 소리가 들리던 영금정

속초의 영금정은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그 역사와 유래 또한 흥미롭습니다. 영금정이라는 이름은 파도가 바위를 치며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 같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영금(靈琴)’은 신령스러운 거문고를 뜻하며, 예로부터 속초 주민들은 이곳의 파도 소리가 마치 신비로운 거문고의 선율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영금정은 동해안의 맑은 물과 거친 파도가 만나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장소로, 그 자연의 소리와 함께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금정은 바다 위에 놓인 정자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금정은 원래 바다와 이어지는 거대한 바위산을 이르던 말이었습니다. 파도가 치면 바위 사이로 몰아치는 물결의 소리가 신비한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이 일대를 모두 영금정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속초항 방파제를 짓는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일대 바위산을 깎아내리면서 더 이상 신묘한 거문고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바위산 위에 지어놓은 정자도, 바다 위로 뻗어나간 정자도 모두 옛 소리를 아쉬워하는 마음에 지어둔 정자일 뿐입니다.

2000년대 들어 속초시는 영금정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바다를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영금정에서 속초 등대전망대로 이어지는 해상 데크가 설치되었고, 영금정 정자는 현대적인 건축물로 복원되었습니다. 영금정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바다의 풍경은 속초에서 손꼽히는 여전히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영금정 주변에는 속초의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어, 해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영금정 근처의 속초항에서는 싱싱한 회와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속초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