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KTX가 생긴 후에 부산 여행이 참 쉬워졌습니다. 저도 부산 여행을 갈 때는 부산역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거든요. 가끔은 부산까지 당일치기로 출장을 다녀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산역 근처에서 금방 다녀올 수 있는 볼거리는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어디서 밥을 먹으면 좋을지 찾아봅니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초량동 이바구길을 둘러보고, 부산역 근처의 돼지국밥집은 어디가 맛있는지, 밀면집은 어디가 맛있는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초량동 이바구길
부산 초량동 이바구길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독특한 관광지입니다. '이바구'는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를 뜻합니다. 이바구길을 걸으면서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초량동 이바구길에 대해 이해하려면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피난민들이 부산에 몰려들었고, 평지가 드문 부산의 지형상 해안을 따라 집을 지을 곳이 없어지자 산비탈을 올라가며 판자촌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산복도로가 생겨났습니다. 산복도로는 높은 지대에 사는 주민들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입니다. 산복도로는 부산의 독특한 지형과 역사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부산의 산복도로에서 운전을 하면 아찔한 경사와 높이에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바구길은 그 옛날 산복도로를 따라 언덕 위에 집을 지었던 역사적 배경 위에 조성되었습니다. 그래서 168계단, 초량전망대, 김민부 전망대, 이바구공작소, 담장갤러리 등 산복도로를 따라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168계단은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으로, 계단을 오르며 피난민들이 매일 오르내렸던 가파른 도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초량전망대와 김민부 전망대에서는 부산항과 도시의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이바구공작소는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담장갤러리는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스카이워크와 모노레일입니다. 스카이워크는 절벽 위에 설치된 투명 전망대로, 아찔한 경험과 함께 멋진 전망을 제공합니다. 모노레일은 가파른 언덕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독특한 관광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바구길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습니다.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이야기들, 주민들의 삶의 흔적,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문화 공간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부산의 상징적인 풍경인 산복도로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이바구길은 부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부산역 근처 돼지국밥 골목
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해진 배경에는 한국전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피난민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위해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했습니다. 돼지의 뼈와 내장을 오랫동안 끓여 만든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돼지국밥은 이러한 요구를 완벽히 충족시켰습니다. 또한 부산은 항구도시로,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돼지국밥이 발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국밥은 부산 사람들의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고, 현재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산역 주변에는 이러한 역사를 간직한 유명 돼지국밥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산역의 서쪽 출입구로 나와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인기 있는 돼지국밥집들이 몰려있는 국밥 골목이 있습니다.
국밥 골목으로 들어가면 신창국밥, 본전돼지국밥, 초량돼지국밥 순서로 국밥 집을 만납니다. 최근에 가장 줄이 길고 인기있는 국밥집은 본전돼지국밥입니다. 부산역을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본전돼지국밥을 많이 찾습니다. 국밥도 담백하고, 김치도 부산 고유의 맛으로 나오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부산역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신창국밥을 더 선호합니다. 돼지국밥 본연의 진한 국물 맛을 찾는 사람들에겐 푸짐하고 반찬이 잘 나오는 신창국밥을 추천합니다. 같은 돼지국밥 집이지만 식당들 모두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각자의 특색 있는 레시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부산역 근처의 돼지국밥집들 중에는 24시간 오픈하는 집들도 있고, 아침식사가 가능한 집도 있으니 KTX 시간을 잘 살펴서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밀면도 맛보고 싶다면
돼지국밥과 마찬가지로 밀면도 한국전쟁 시기에 먹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부산은 피난민들이 모여든 임시수도였고, 쌀이 부족해 미국의 원조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발전하여 오늘날의 밀면이 되었습니다. 밀면의 주재료는 밀가루로 만든 면, 육수, 그리고 다양한 고명입니다. 면은 밀가루와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며, 육수는 소나 돼지뼈를 오랫동안 고아 만듭니다. 고명으로는 오이, 김치, 삶은 계란, 편육 등이 사용됩니다. 맛은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육수와 쫄깃한 면의 조화가 특징적입니다. 여름에는 차갑게 즐기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그래도 더운 여름에 특히 인기 있는 밀면은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활력을 주고, 부산의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산역 근처에는 유명한 밀면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산역의 남쪽으로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황산밀면이 있고, 부산역 건너편의 초량동 쪽으로 원조부산밀면, 초량밀면, 영동밀면 같은 다양한 밀면집이 즐비합니다. 최근 생긴 밀면집들은 굉장히 자극적인 신맛과 단맛을 내는 반면 오래된 황산밀면 집은 슴슴한 국물 맛으로 사랑받습니다. 부산역에서 돼지국밥 말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밀면을 한 번 맛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